2015. 3. 17. 11:02ㆍ산행일기
- 산행일자 : 2015년 3월 14일
- 산행코스 : 엘림복지원-태을봉-슬기봉-너구리산-정재초등학교
- 산행동무 : 혼자
유난히도 힘들고 추운 겨울을 보냈다.
깐죽대기 좋아하는 누구는 나이 앞 숫자에 5자가 들어가니 그렇다고 하지만, 냉정히 분석해 보면 작년부터 꾀가 나기 시작하며 게을리한 산행으로 떨어진 체력 탓이 아닌가 한다.
산행을 시작하기 전에는 매년 한두차례씩 감기하며 허리통증하며 아니면 배탈이라도 크게 아프길 연례행사 처럼 치르곤 했는데, 산행을 시작한 이후로 한번도 그런 일이 없어 산행에 대한 예찬을 하고 다니다가 작년 가을 이후로 일을 핑계로 스스로에게 너무 소홀히 한 면이 있었다.
한번 떨어진 체력은 그다지 춥지도 않았던 올겨울의 추위를 이겨내지 못하고, 그러다 보니 방구석에만 박혀 있어 체력은 더 떨어지기만 하고.. 악순환의 반복이다.
겨울내내 콧물과 기침을 달고 살더니 급기야 얼마전 도저히 몸의 내성만으로 버티지 못할 만큼 쎈 바이러스한테 호되게 당하며 병원신세까지 지고는 정신이 번뜩 들며, 여태껏 내 건강을 유지해 온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전날 옛직장 동료들을 만나 맛들인 쏘맥으로 1차, 2차까지 허용치 이상 들이킨 덕분에 환승할 사당역도 편안하게 꿈과 함께 지나치고..
4호선을 타면 짧게 집에 갈 수 있는 것을 빙~ 돌아 겨우 겨우 신도림에서 막차는 놓치지 않고 1호선으로 갈아타서 집에 들어가 쭉 뻗어 버렸다.
푹 자고 아침에 일어나니 개운은 하지만 속이 쓰린데 평소처럼 빵을 주려고 하는 것을 마다하고 배낭을 싸들고 나와 어젯밤부터 내심 예정해 두었던 해장국집으로 우선 향해 한그릇을 바닥까지 비우고 나니 순천분과 의정부분이 이 맛에 밤새 술을 먹는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맛있고 든든하다.
그동안 떨어진 체력으로 얼마나 걸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목표는 수리산 구역에서 아직 미답인 너구리산 방향으로 잡아 놓고 가는데까지 가보기로...
관모봉부터 올라 볼까? 하다가 얼마전에 블벗님들과 걸었으니.. 라며 적당히 타협을 하고 태을봉으로 직행한다.
규리 용돈 벌어주기 게임하던 곳.
능선에 올라서면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우리집 방향, 뒤로는 모락산과 그 뒤로 병풍처럼 청계-백운-광교의 줄기가 펼쳐져 있다.
병풍바위를 지나 군부대가 있는 슬기봉에서 우측으로 돌아 수암봉끼지 수리산의 주능선이 한눈에 보인다.
태을봉 헬기장 뒤로 관모봉 방향.
외곽고속도로의 수리터널이 지금의 발 아래로 관통되어 있고, 다시 수암봉 아래 수암터널을 지나 일산 방향으로 뻗어 나간다.
병풍바위를 지나면서 슬기봉까지 일단 가서 하산을 할지 너구리 잡으로 갈지 결정하기로..
아줌마 넷이서 슬기봉 쪽에서 병풍바위 위로 올라 오시더니 내가 올라온 태을봉 방향을 가르키며 길이 있냐고 물으신다.
당연히 있으니까 올라 왔지...
힘드냐? 위험하진 않느냐? 자꾸 물어 보시는게 암만해도 바위를 별로 안걸어 보신 듯 하여 그냥 옆으로 내려가 우회하는 길을 가려쳐 드렸는데 두분은 못먹어도 고를 외치며 진행을 하시고...
나머지 두분은 내말을 고분고분 잘 듣고 옆길로 내려 서신다.
고를 외치신 두분은 이후로도 계속 길이 있네 없네, 돌아가네 마네 하시던데, 어렵지 않으니 아마도 잘 통과하셨으리라 믿습니다~~
슬기봉 가는 길, 등로에서 살짝 벗어난 곳에 후미지고 조그마한 아지트에 배낭을 내려 놓고 제법 긴 시간 동안 첫 휴식을 취한다.
풍경소리님이 아파서 링거까지 맞으셨다는데 전화도 드려 보고,
조지아 한 캔의 여유도 부려 보면서...
험한 산길이 아니다 보니 의외로 컨디션이 괜찮아 계속 진행을 하기로 한다.
우측 등로 아래로는 지금 변산바람꽃이 한창일텐데 이상하게 올해는 그쪽으로 관심이 덜 간다. 이것도 나이탓인가? 체력탓인가?
너구리산을 후딱 찍고 하산해서 깨끗이 씻고 맛있는 저녁 먹고 푹 잘 생각에 행복해지기 시작한다.
근데, 너구리산 가는 길이 생각보다 길고 가파른 경사도 간간히 나오니 예상보다 늦어질 것 같다.
자연을 잘 보존한 평상에 앉아 또 잠시 쉬며 자주 보던 슬기봉의 뒷태를 감상해 본다.
너구리산.
산고파님은 너구리 머리처럼 생겼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중절모 같아 보인다.
너구리산 오름 직전에 있는 갈림길.
정상을 찍고 다시 후진해서 이리로 하산하면 가장 빠를 것 같은데... 왠만해서 산길에서 후진하기 싫어 그냥 가는 길로 직진하기로 결정을 한다.
정상이라고 뭐 특별한 것은 없고, 정상목에 평상 하나~~
저쪽 뒤로는 어느 정신 나간 사람 한명이 고래고래 소리를 높여 3~4년 정도 지난 유행가를 부르고 있다.
물론 음정, 박자는 제멋대로...
내 친구 중에도 산에서 술취해 그런 넘이 있었다고 하던데...
뒤로 돌아 조망바위 위로 올라서니 낮은 산높이에 비해 훌륭한 조망을 보여 주고 있었다.
저 뒤로 안산 앞바다까지 시원하게 펼쳐진다.
좌측의 수암봉과 우측의 슬기봉이 한 눈에..
제법 멋진 바위덩어리도 보이고...
인천방향으로~~
너구리산에서 하산지점을 찾아 보려고 지도를 펼쳐보니 정재초등학교방향으로 뭔가 "종주"스러운 느낌이 드는 길이 길게 뻗어 있다.
"남자는 종주"를 외치며 그쪽으로 방향을 잡고, 하산지점에서 차를 세워 놓은 태을봉 아래까지 되돌아 갈 교통편을 생각하니 갑자기 갑갑해지기 시작한다.
믿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마눌님한테 전화를 해서 이러저러해서 산길을 걸어 생판 모르는 곳까지 왔는데, 지금 춥고 배고프고 주변엔 아무 것도 없고 차도 안다니고 집에 갈 방법이 없으니 데리러 오면 안되겠냐고 넌지시 말을 꺼냈더니 과부가 되기는 싫은지 나온다고... 대신 하던 반찬 다 하고 나온단다. 아싸!!
얼추 계산을 해 보니 내가 걸어갈 시간이랑 맞아 떨어질 것 같기까지 하다.
어떻게든 정재초등학교까지는 내가 걸어 나가볼테니 거기까지만 오라며 마지막 죽는 소리를 잊지 않고 남긴다.
너구리산에서 정재초등학교까지 이어지는 산길은 완만하게 뻗어 있어 참 걷기 좋은 길이었다.
가끔 이렇게 이정표 없이 헷갈리게 갈라지는 길에서는 GPS로 방향을 확실히 확인해 가면서 여유있게 하산을 한다.
동네분이신듯 보이는 분에게 남은 시간을 물어 보니 남자걸음으로는 40분, 여자걸음으로는 50분 정도 걸린다고 대답을 해주신다.
감사하다 인사를 드리고 뒤돌아 갈 길을 가는데, 잠깐!! 하면서 다시 불러 세우신다. 그리고는 하시는 말씀이 그 정도 걸음이면 35분 안쪽에 갈 수 있을거라 하신다.
참으로 디테일 하고 친절하신 분이었다~~ 하지만 진짜 살벌한 여자걸음을 아직은 못보신 듯....
겨울철 햇살 좋은 아침에 흰모자를 쓰고 있는 고산의 상고대가 햇살에 녹아 내릴까봐 조바심이 나서 부리나케 뛰어 올라가는 모여인의 발걸음을 보셨어야 그런 말씀을 안하실 것 같다.
아~ 또... 성태산은 뭐람?
지난번 수암봉 가는 길에 길을 잘못들어 본 너구리산 이정표 때문에 그 길이 궁금해서 오늘 산행길을 만들었는데, 언제고 이 길을 다시 걸어와야 할 이유가 생겼다.
약수터 옆의 에어건으로 온몸의 먼지를 깨끗이 털어내고...
산길이 끝나고 포장도로가 시작되는 반월정수장 앞에서 장비를 정리하며 마눌님한테 전화해 오는 길에 이곳까지 올라오라고 했는데...
기다리다 보니 추워져서 슬슬 걷다 보니 정재초등학교까지 내려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마눌님 옆에 올라 앉아 또 다시 죽는 소리 엄살을 늘어 놓고 있는데, 손바닥을 쫙 펴보이며 사탕을 내놓으란다.
마치 다 준비하고 있다는 표정연기를 하면서 "줄게~ 차에 있다고" 그렇게 둘러대고는...
내 차로 돌아가 갈아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가까운 편의점에 들려 제일 좋은 넘으로 하나 사서 들고 들어가 건네주니 좋아 하네~~
날씨가 풀렸어도 내내 냉기가 돌던 몸에 이틀째 열기가 올라와 난방온도를 1도 낮추고,
원래 피부가 건조해서 겨울이면 바디로션을 듬뿍듬뿍 바르긴 했지만, 올 겨울은 그것도 소용없을 정도로 가렵던 피부도 진정이 되는 듯 하고,
입맛 돌고 소화 잘 되는 것은 기본.
산이 보약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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