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 2. 21:21ㆍ여행일기
- 날짜 : 2015년 1월 31일
- 코스 : 15코스(구름고개길) 남대문공원~판장대교, 4코스(호반낭만길) 슬픈연가 촬영지~연꽃마을
- 함께 한 이 : 레테, 수가, 펭귄, 한선수, 권선수
지난번 사패-도봉산 약속을 정해놓고 새벽에 회룡역까지 갔다가 몸상태가 좋지 않아 산행시작도 못하고 되돌아 왔던 아픈 기억이 계속 겨울산행길의 발목을 잡아 챈다.
이른 새벽에 잠자리에서 나오는게 힘들고, 산위에서 알싸한 겨울바람이 코와 몸 속으로 파고 드는 것이 부담스럽다.
덕분에 옆구리만 튼실해지면서 체중은 오히려 약간 줄어드는 현상까지 맞이 하게 되고...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을 무렵, 근력이 다 빠져나간 몸뚱이를 재가동하기에 만만해 보이는 트래킹을 가자고 한다.
누구는 한라산으로, 누구는 덕유종주를 한다고... 쫓아갈 엄두가 나지 않아 이번 주말도 방바닥이나 긁겠구나 싶었는데, 딱 내가 원하는 컨셉이기에 즉시 콜을 부르고...
대청호 둘레길 중에 4코스가 가장 아름답다고 수가님이 그러셨다.
예쁘고 분위기 좋은 길에 대해서는 일가견이 있으신 수가님의 제안이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당일날 아침 접선장소로 나간다.
역시나 이 방면 기획에 똘똘하신 펭귄님이 구해 놓은 트래킹 지도상의 출발지점만 확인하고 네비에 입력한 후 뒤도 안보고 그곳으로 직행, 걷는 시간까지 감안해서 점심 즈음에 요기를 할 오리떡갈비집까지 예약을 해 놓으셨다니 과연 확실한 업무분장에 환상의 트래킹조합이 아니라 할 수가 없다고 내심 감탄을 하고...
남대문공원이란 자그마한 공원에 주차를 하고 걸음을 시작한다.
대청호의 물빛이 참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역광에 아스라이 물에 반영되는 주변 풍경도 멋져 보였다.
물가에서 노닐다가 인기척에 후다닥 헤엄치기 시작하던 오리편대는 눈깜짝 할 사이에 벌써 저만치 멀어져 가고 있다.
어느 감성이 풍부한 분은 황금물결을 만드는 오리라고 표현하셨지만, 나의 감성으로는 아무리 요리조리 살펴 보아도 스타워즈에 나오는 제다이의 광선검 외에는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이 없으니...
굳이 또 하나를 꼽으라면 야간에 음주단속하는 경찰의 경광곤봉 정도??
아무튼, 계절이 계절인지라 아주 미치고 환장할 정도의 절경은 아니지만 편안하고 잔잔한 풍경이 이어지는 길에서 수다도 떨면서 나그작거리며 걷는 재미에 어느새 빠져들고 있었다.
멀리서 바라보니 멋진데, 더 잘 보겠다고 가까이 다가가니 오히려 별루지요? ㅎㅎ
어찌나 추운게 겁나던지 집에 있는 가장 두툼한 다운쟈켓에 아래, 위 모두 내복은 기본장착이다.
이쁘고 마음씨 착한 언니야께서 선물해 주신 시조새 문양의 비니는 따뜻하기도 하지만, 쓰고 다니다 벗어도 머리 모양이 별로 흐트러지지 않아서 좋다.
내꺼 비니는 벗으면 머리 위가 검정비닐코팅한 마냥 납짝하게 달라 붙어 있던데... 비싼게 좋긴 좋은가 보다~ ㅎㅎ
앞에 보이는 판장대교 갈림길에서 어느 방향으로 가는게 좋을지를 놓고 의견을 나누다가 알게된 충격적인 사실.
여태 우리가 걸었던 길이 4코스가 아니고 15코스였다는거... 그리고 4코스는 현재의 위치에서 대청호의 대각선 반대쪽으로 약 40분 정도 걸리는 위치에 있다는 거...
예전에 의왕 백운산에 올라 쉬고 있는데, 어느 분들이 광교산 다 왔다 하며 휴~ 하던 일은 이번의 황당함에 비하면 약과였다.
더욱더 황당한 것은 예약해 놓은 점심식당은 진짜 4코스 위에 있다는거... ㅋㅋ
일단 예약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생각하기로 하고, 일단은 철수한다.
때마침 우리의 출발점 방향으로 나가는 승용차 히치에 성공하여 비교적 원만하게 철수 작업이 완료되었다.
가래울식당의 정갈하게 차려진 밑반찬 세팅.
그릇에 관심이 있는걸 보면 나도 감성이 나쁘지는 않은 것 같은데....
메인메뉴인 오리불고기와 오리떡갈비.
숯불향이 배어 있는 불고기 승!! 떡갈비도 그 특이함과 맛에서 보통 이상의 점수를 주고 싶다.
점심을 먹으며 원래 계획했던 4코스의 하이라이트 구간만 뽑아 슬픈연가 촬영지부터 몇개의 전망대를 거쳐 시간되는만큼 걷기로 다시 설계를 한다.
안내판을 자세히 읽어 보면 이 지점으로부터 1.3킬로 거리에 촬영장소가 있다고 써있었는데...
아까 15코스의 아스팔트길만 주구장창 걷다가 약간 질퍽이긴 했지만 호수와 갈대밭을 바로 옆에 끼고 걷는 흙길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인지 끝까지 들어가 보기도 전에 이만하면 영화를 하나 찍었을만하다며 나름대로 판단을 하고 되돌아 나가기로 한다.
들어가는 방향이 우리가 진행할 방향과 반대라서 자꾸 거슬러 올라가는게 부담스러워서이기도 했다.
넓직한 갈대밭 위에 전망대.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
분위기 좋다 생각되는 장소에서 괜시리 폼도 한번 잡아 보고...
아무리 둘러봐도 왜 황새바위라고 이름이 붙었는지 모르는 바위뭉치 옆의 또 다른 전망대에서...
연꽃마을을 끝으로 나와 레테님은 차를 회수하러 가겠다고 자진해 나서고, 다른 분들은 조금 더 걷기로 한다.
혼자서는 아무리해도 안되던 히치가 막 걸려든다.
심지어 트럭 짐칸은 고사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유난히도 차량이 많았던 토요일 오후, 고속도로 상행선에 6인이 승차한 카니발은 버스전용차선을 씽씽 잘도 달린다.
신호대기중에 늘 덜덜거리는 디젤엔진의 소음과 진동을 조금이라도 줄여 보겠다고 D에서 N모드로 기어를 쉬프팅하던 불편함이 있는 반면 이런 날이면 어찌나 뿌듯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