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 23. 12:57ㆍ산행일기
- 산행일시 : 2011년 1월 22일
- 산행코스 : 두문동재입구-두문동재-은대봉-제1쉼터-제2쉼터-제3쉼터-함백산-만항재
- 산행동무 : 초록별, 레테, 블랙로즈, 가을향기
천상의 화원, 야생화의 천국이라는 함백산으로 우리 네분의 꽃님들을 모시고 출동한다.
아주 약간의 긴장감과 설레임을 품고, 평소보다 조금 일찍 집을 나와 양재와 죽전을 들려 차를 꽃단장하고 정선으로 향하는 길...분위기 아주 마음에 든다.
그런데, 왜 눈발이 날리냐? 일기예보에는 그런 말이 전혀 없었는데...
초조한 마음에 일기예보를 다시 확인해 보니 강원 영동지방은 날씨가 좋다고...기상청을 믿고 불안한 마음을 접어 둔다.
가로등에 비추이는 눈발을 담아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영월을 지나면서 계속 휘날리던 눈은 쏙 사라지고, 군데군데 햇살이 비추기 시작하면서 기분이 업 되기 시작한다.
보통 함백산은 만항재에서 출발하여 두문동재로 하산하는 코스가 일반적이라고 하는데, 그 역방향으로 가는 것이 함백산을 느끼기에 더 낫다는 말을 어디선가 보고선 우리는 만항재에 차를 주차시켜 놓은 후 콜택시를 불러 두문동재로 향한다.
그런데, 아뿔사....두문동재 올라가는 길에 눈이 많이 쌓여서 도로통제를 시켜 놓은게 아닌가..
다시 만항재로 되돌아 가기도 그렇고, 차길을 따라 두문동재까지 걸어서 올라가기로 한다.
약 2킬로 정도 되는 차길을 걸어 올라가는데, 가을향기님은 어떻게든 발걸음 수를 늘이게 된 것이 내심 반가운 눈치다.
반면, 레테님은 생각보다 추운 날씨와 거센 바람에 더해 힘이 빠지시는지 많이 힘들어 하신다.
작년 겨울 태백에서 그렇게 고생을 하셨다던데, 오늘 또 동생 함백이한테 당하고 계시니 형제산 둘을 싸잡아서 몹쓸 산으로 만들어 놓으신다..ㅋㅋ
함백이는 그렇다 치고, 태백이가 불쌍하다.
두문동재로 걸어 올라가는 차길도 예쁜 구석이 있다.
한여름 길가를 화려하게 장식하며 피어 있었던 야생화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었고, 아침 햇살을 환하게 받은 수풀들도 아름다웠다.
약 4~50분을 걸어 올라오니 두문동재 비석이 보인다.
이곳에서 좌측으로 가면 작년 여름에 걸었던 금대봉과 대덕산 가는 길, 우측이 은대봉과 함백산으로 가는 길이다.
은대봉까지 가는 길은 덕유나 소백처럼 보는 이를 압도하는 두툼한 상고대가 아닌, 가녀린 눈꽃이 피어 있는 나무들로 가득해 있어 또 다른 겨울산의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었다.
정상석이 귀여워서 끌어 안고 인증샷 한 방.
은대봉을 지나니 눈꽃들은 서서히 사라지고 탁트인 조망과 주목, 고사목 같은 것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산죽의 초록빛이 하얀눈빛과 어우러진 예쁜 길도 걷는다.
고사목 줄기가 발레를 하는 여인의 모습을 닮은 것 같기도 만세를 외치는 것 같기도 하다.
함백산 정상이 보이기 시작하는 곳, 촬영 포인트에 올라서기 위해 나도 줄을 선다.
내내 춥고 힘들어 하시던 레테님이 조망이 트이면서 함백산 정상이 보이기 시작하니 갑자기 생기가 돌면서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대고 발걸음을 움직이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아마도 그 좋아하시는 함백산 토종닭볶음을 맛 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 때문이 아닐까...하면서 나름 재밌는 추측을 해 본다.
어쨌든, 활기를 찾으신 모습을 보니 내심 안심이 된다.
만항재로 내려서고 뒤돌아 본 함백산 정상의 하늘이 너무 이쁘다.
머지 않아 도로가 보이길래 다 내려 왔다고 만세를 불렀는데...여기서부터 산불감시초소 옆길로 약 1.5킬로 정도를 더 내려가야 만항재란다.
드디어 진짜 만항재가 보인다.
만항재 정상에는 나무로 만든 새 조각 기둥들과 공원 같은 곳이 조성되어 있었다.
야생화가 만발하는 초여름에 다시 오면 정말로 한발짝 옮기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움이 가득할 것 같은 함백산이었다.
아마도 만항재 주변에서만 서성대고 놀아도 하루는 금방 지나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여름 함백산을 예약해 놓고 이른 저녁을 먹으러 함백산 토종닭집으로 내려간다.
역시...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닭볶음탕.
매콤한 국물 맛과 쫄깃한 토종닭의 육질, 이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부드러운 감자의 느낌.
그런데, 감자 덩어리의 갯수가 인원수에 비해 부족하다.
운전대 잡을 사람의 권력을 십분 활용하여 협박성 멘트를 한마디 날리니 여기저기서 감자덩어리가 내 개인접시로 날라 들어온다. 이 맛에 운전하는겨~~~ㅋㅋ
크게 막히는 구간 없이 고속도로를 쌩쌩 잘 달려서, 현빈의 시.가.를 볼 수 있도록 시간에 맞추어 다 내려 드리고 집에 도착하자 마자 사진을 들여다 본다.
아직도 빛의 양을 조절하는 것이 서툴러서 망친 사진들이 좀 있지만, 서서히 감이 잡혀 가는 것 같다.
갈수록 어려운 예술의 길... 언제 2만컷을 채우나....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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