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 가족여행

2014. 5. 6. 22:09여행일기

2014년 5월 5일.

 

5월의 황금같은 긴 연휴, 명색이 가정의 달이라는데 나혼자 산과 들로 놀러 다닐 수 만은 없지 싶다.

오랫만에 다 같이 어디든 떠나보기로 하고, 행선지에 대해 가족들 의견을 물으니 강원도 바닷가, 특히 정동진으로 의견이 몰린다.

나름대로 일출, 정동진역, 정동진해변공원, 강릉경포대 등등.. 일정을 생각해 보았는데, 뭔가 진부한 느낌이 들고 썩 내키지 않던 차에 불현듯 순천 생각이 들어 말을 꺼내보니 다들 좋다고 한다.

그곳에 가면 놀거리, 볼거리가 훨씬 더 많이 있고, 현지가이드와 아이들 친구도 있다고... 집사람의 경우는 밋밋하고 재미없는 나보다 술친구가 있다는 점에도 매력을 느낀 듯...

 

차가 막히는 시간을 피해 새벽에 출발하기로 계획을 하고, 04:30까지 준비를 마치라고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세 여자들, 5시가 넘어서야 떠날 준비가 끝났다.

하도 당하다 보니 이미 예견했던 일이고, 늦을걸 감안해서 30분을 당겨서 말한건데 그보다도 늦었으니 다음에는 40~50분을 당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진짜 문제가 터지기를, 전날 황매산의 여독을 풀며 집에 머물다 보니 시간이 여유가 생겨서 차량엔진오일도 교환하고, 여기저기 잡소리 나는 것을 잡아보겠다고 센터페시아를 다 들어내고 한참을 작업한 탓에 배터리가 방전이 되었는가 보다.

마음이 급한데 시동이 안걸리고, 그 새벽에 긴급출동을 요청하니 보험사로부터 연락받은 기사님의 목소리에 짜증이 가득하다.

그래도 고맙게 너무 늦지 않은 시간에 와 주셔서 무사히 출발을 할 수 있었다.

 

순천에서의 첫 일정은 순천역앞 백반집에서 전라도의 가정식백반으로 아침을 먹는 것이다.

몇년전에 왔을 때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이날은 연휴기간이라서 그런지 여행객들로 내부가 가득하고 음식이 나오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래서 그랬는지, 불친절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음식의 내용과 맛은 만족스러웠다.

 

 

 

 

정이 많은 풍경소리님 내외분들... 내려오는 동안 수시로 카톡을 날려주시고, 귤맘님과 규리는 직접 다음 일정지인 드라마세트장으로 세금을 징수하러 나와 주셨다.

풍경소리님이야 가끔 산에 가면 볼 수 있지만, 귤맘님과 규리는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보겠느냐고... 풍경소리님은 별로 보고 싶지 않고 두 모녀를 보러 왔다고 접대성 멘트를 날렸더니 겁나 좋아 하신다. 사실 접대성이긴 했어도 절반 이상의 진심이 담긴 말이었으니 거짓말은 아니었다. ㅋㅋ

출근하느라 혼자 이 자리에 참석할 수 없었던 풍경소리님은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지 연신 전화와 카톡을 날려 대시고...

 

 

 

 

다행히 승민이는 이곳에 흥미를 많이 느끼는지 계속 사진을 찍으며 다닌다.

 

 

 

 

 

 

 

 

언니 사진 찍는데 훼방 놓기~ 저렇게 깐죽거리다가 분명 한대 맞지...

 

 

 

 

달동네 구경을 하기 위해 약간의 언덕을 오르기 시작하면서 승연이의 짜증이 시작된다.

입이 튀어 나오고 툴툴대면서 말이 많아지고...

 

 

 

 

 

 

 

 

 

 

 

 

드라마세트장에서 이색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아이들 스냅사진을 많이 찍어주려고 했는데, 표정들이 좋지가 않다.

자꾸 가자고만 하고... 얼른 마무리를 하고, 한차에 옮겨 타서 순천만정원으로 이동한다.

 

매년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라는 이름으로 개장을 해왔는데, 올해부터는 "순천만정원"이란 이름으로 바꾸어 운영을 한다고 한다.

내려오기 전 사전정보를 검색하는데, 2014년 정원박람회가 나오지 않았던 이유가 거기 있었다.

그래서 현지사람인 풍경소리님한테 전화를 해서 물어 봤더니, 4월 20일 이미 개장을 했는데 올해는 세월호 사고의 애도분위기 때문에 사람도 많지 않고 한산하다는 말을 해 주셨다. 또 튜울립이 한창 보기 좋다는 정보도 주셨는데....

귤맘님의 말에 따르면 한번도 와보지 않은 양반이 그냥 아는척 하는 것이니 믿지 말라고 바로 묵살해 버리고 만다. ㅋㅋㅋ

아니나 다를까 정식주차장은 진작에 만차가 되어 있었고, 입구에서 한참 떨어진 임시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걸어서 입구까지 왔더니 표사는데만 2~30분이 소요되었다.

 

 

 

 

귤맘님과 규리는 연간회원권이 있어서 매표를 위해 줄을 설 필요가 없었는데....

 

 

 

 

 

 

 

 

비록 희망이 많이 사라진 이 시점에 뉴스에서는 온갖 몰랐던 사실들이 속속 파헤쳐지고... 마음이 편치 못하다.

그건 그거고, 마지막까지 구조와 수색이 빨리 마무리되기를 기원해 본다.

 

 

 

 

 

 

 

 

 

 

 

 

꽃박람회가 아닌 "정원"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심어져 있는 꽃들 보다는 그 주위와 어울어져 있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풍경에 눈길이 훨씬 많이 쏠린다.

 

 

 

 

한국의 정원.

 

 

 

 

한국의 정원 위로 언덕에 올라서니 전체가 한 눈에 보인다.

아이들은 다시 걷기 싫다고 징징대기 시작하고...

 

 

 

 

 

 

 

 

 

 

 

 

 

 

 

 

강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조성되어 있는 순천만정원의 건너편을 구경하기 위해 꿈의다리를 건넌다.

 

 

 

 

다리 안쪽에는 전세계 16개국 어린이 14만5천명의 그림을 조각조각 전시되어 있다.

규리가 그린 그림도 전시되어 있다고 하는데.. 그 많은 그림 속에서 찾을 수가 없다고 하지만, 그 와중에 나는 찾을 방법을 생각해 본다.

 

 

 

 

아이들 달래느라 매점에서 컵라면과 군것질거리를 사 먹이며 휴식을 시켰지만 그때 뿐.

 

 

 

 

 

 

 

 

 

 

 

언덕주위를 뱅글뱅글 돌아 올라가는 호수정원.

 

 

 

 

 

 

 

 

탑돌이 하듯이 사람들이 돌아 올라가는 모습이 재미있어 보였다.

 

 

 

 

시가 아니고 人(사람인)이다.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

 

 

 

 

 

 

 

 

아이들의 성화가 극에 달했다.

전혀 집중을 하지 못하고 있고, 그러다 보니 어른들도 신경이 쓰이고... 아직 둘러 볼 곳이 많이 남았는데, 철수하기로 결정한다.

 

 

 

 

걷는데 피곤한 일행들을 배려한다고 먼저 주차장에 가서 차를 가지고 정원출구까지 오겠다고 했는데, 이넘의 임시주차장도 구역이 워낙 넓게 되어 있어서 엉뚱한 곳에 가서 차를 찾고 있었다.

정확한 위치를 알고 있는 귤맘님의 인솔하에 다들 차 앞에 가서 기다릴 때까지도 나는 차를 못찾아서 우왕좌왕하다가 결국은 남들보다 십여분 더 늦게 찾아 가고야 만다.

귤맘님이 아니었다면 순천에 와서 길을 잃고 난민가족이 될 뻔한 위기의 순간이었다.

 

센스장이 귤맘님이 잘 아시는 "파팔리나"라는 팥빙수 집으로 이동하여 퇴근하신 풍경소리님을 기다리며 커피와 빙수로 휴식시간을 갖는다.

올해 처음 먹어보는 빙수가 정말 맛있었다.

졸린다고 차에서 자고 있던 승민이는 뒤늦게 나왔다가 얼마 먹지 못했는데, 냠냠했는지 빙수를 더 사달라고 했지만 저녁을 먹으러 가야하니 바로 일어선다.

 

 

 

 

 

 

 

 

서민적인 횟집이라고 해서 풍경소리님이 예약해 두었다는 화포회센터에 왔는데, 서민적이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가끔 풍경소리님이 먹는 음식사진을 보내 받아 보면 대충 쓱쓱 썰어서 접시에 턱하니 올려 놓아 내 주는 그런 걸 상상했는데, 고급스럽고 정갈하게 세팅되어 나오는 것이 일부러 좋은 식당을 수배하신 듯 하다.

다양한 종류의 주변음식들이 계속 바뀌면서 식탁을 채우고, 봄도다리와 광어의 싱싱함과 푸짐함은 서울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다.

원래 고향은 내륙이지만 여수에 살면서 각종 회식과 음주가무로 회도사가 된 풍경소리님은 딱 맛을 보고는 들어온지 며칠 지난 넘인지까지 알아내는 경지에 이르러 있는데, 나는 솔직히 회의 종류도 잘 모른다.

회를 무진장 좋아하는 승민이가 나중에 하는 말이 회로 배를 채워보기엔 오늘이 처음이라고 하니, 그동안 내가 너무 못먹이고 키웠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좋은 안주거리를 앞에 두고 쏘맥을 안땡길 수가 없었다.  서울로 올라가는 일은 일단 뒤에 접어 두고...

(이렇게 적고 나니 어느 여인이 즐겨 쓰는 "진정한" 술꾼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맥주매니아 귤맘님은 순수맥주로, 나머지는 쏘맥으로 하다가 결국 심심한지 풍경소리님은 소주로 전향하여 배가 터지기 일보직전까지 마시고 먹어 댄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술도 오르고 배도 빵빵해져서 헉헉대고 있는데, 진정한 술꾼은 아무리 배가 불러도 마시고 먹기를 멈추지 않는다며 남은 음식을 계속 권하신다.

 

 

 

 

 

 

 

 

단체사진을 찍는다고 하니 갑자기 귤맘님더러 모자 달라고 해서 쓰시는 풍경소리님.. ㅋㅋ

비싼 아크테릭스 모자, 똑같은 걸 전에도 하나 해드셔서 새로 사준거라는데.. 이날도 사진 찍을 때 잠깐 쓰고는 뒤로 던져놨다가 놓고 나와서 귤맘님의 잔소리를 벌으신다.

결국 다음날 모자 찾으러 여길 다시 왔다는... ㅋㅋ

 

 

한참을 먹고 마시고 놀다가 술도 깰겸, 고속도로 정체도 피할겸, 찜질방에 가서 조금 쉬었다 출발하려는데, 그러지 말고 집으로 가자고 하신다.

나혼자라면 미안스러워서 한사코 사양했겠지만, 어울렁더울렁 사교성이 좋은 집사람은 이미 그쪽편에 붙었고 나한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한편으로는 새로 이사 간 풍경소리님 집구경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귤맘님을 닮은 깔끔하고 심플한 집에 들어가 담소를 나누는데, 나는 술기운과 졸음 때문에 비몽사몽인 와중에 다른 한쪽에선 또 맥주가 돌아가는 느낌이 들고...

피곤해 보였는지 귤맘님이 욕실로 안내해 주시고는 편안한 옷가지까지 꺼내 주시기에 염치불구하고 씻고 이미 따끈하게 온도가 맞추어진 돌침대에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안깨어나면 내쳐 아침까지 자게 만들 심산이었는지... 깨우지도 않고... 집사람은 이미 이 집 사람이 다 되어 있었고...

한숨을 푹 자고 아차 싶어 놀라 일어났는데, 방문을 열고 내다보니 거실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도 보이질 않고 조용하다. 다들 한잔 더 하러 밖에 나갔나?

어둠 속에서 불을 켜려고 벽에 보이는 붉은색 스위치를 누르는 순간, 왜엥~~~ 하며 요란한 경보음이 울려 퍼지고, 방에서 그제서야 사람들이 나오고, 경비실에선 인터폰이 오고... 집주인들께서는 한두번이 아니었다는 듯이 여유롭게 상황을 정리하신다.

 

서울사람 촌에 가서 오늘 실수가 많다. 하지만, 이건 실수가 아니라, 그냥 조용히 작별을 하기에는 너무도 아쉬움이 많이 남아서 일부러 요란을 떨었다고 우겨대야겠다.

이렇게 하루를 꽉채운 여행을 재미나게 마무리하고, 푸근함이 넘쳐 흐르는 풍경소리님 가족들과 다음의 또 다른 만남을 약속하고 밤늦은 시각 우리집으로 차를 몰고 나온다.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여행의 추억을 남기게 되었다. 

고맙습니다~~ 풍경소리님, 귤맘님, 그리고 규리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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