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16. 14:42ㆍ산행일기
- 산행일시 : 2012년 9월 15일
- 산행코스 : 산정호수 - 등룡폭포 - 억새밭 - 팔각정 - 삼각봉 - 명성산 - 약사령 - 각흘산 - 자등현
- 산행동무 : 레테, 아리, 산여인, 샷마스타
두주 연속 남부지방의 주말 비소식 때문에 지리에 들려던 계획이 무산되고....
이번 주말엔 꿩대신 닭이라고 소백을 열심히 지켜보고 있었는데, 주말이 가까와지면서 소백에도 비소식이 올라온다.
꿀꿀한 마음으로 고민하던 차에, 그분들이 겨울산행지로 유명한 명성-각흘의 방화선 길을 걷기로 했다는 정보를 입수하게 되고...
그래도 가을 억새철엔 미어터진다는 명성산이지만, 시기적으로 너무 이른 요즘... 햇살에 반짝이는 하얀 억새는 애시당초 기대도 하지 않고, 파란억새밭도 제법 괜찮더라는 레테님의 말씀에 자그마한 기대를 걸게 된다.
꿩도 아니고 닭도 다 놓친 마당에 메추리라도..라는 생각으로 그냥 따라 나서게 된 이날 하루.
산정호수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작년에 올랐던 책바위 능선길의 우측으로 완만하게 돌아 올라가는 등룡폭포길로....
편안한 등로를 따라 조금 오르니 나타난 등룡폭포에서 과일을 먹으며 잠시 숨을 돌린다.
억새밭이 가까와지면서 전혀 기대도 하지 않았던 억새가 일부 피어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 온다.
서서히 가슴이 요동치기 시작하고... 잠시후 나타날 억새밭의 모습에 작은 기대를 갖게 된다.
그냥 푸르기만 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억새밭에 희끗희끗 피어나기 시작하는 억새.
기대하지 않았던 풍경이라 그런지, 완전히 만개하여 흐드러진 모습보다 오히려 더 감칠맛이 더해지고, 초록과 누런가을색이 배경으로 깔린 억새의 모습에 이미 정신이 빼앗겨 버린 상태.
으매~~ 하늘까지 왜 이리 미친 x랄이야~~
기대 이상의 아름다운 풍경에 나도 모르게 입에서는 육두문자가 튀어 나온다.
완만한 산능선의 곡선미는 제주의 오름을 연상케 하고...
팔각정에 둘러 앉아 과일을 먹으며 오늘 이곳으로 산행지를 잡은 분의 공로를 치하하려는데, 서로 자기가 그랬다고 나선다.
모여인께서는 그 댓가로 벌써부터 갈비찜을 사 내라고 반 협박이다.
아름다운 억새밭을 떠나기엔 아쉬움이 남지만, 오늘 각흘산까지 갈 길이 만만치 않은지라 다시 배낭을 둘러 맨다.
아쉬움에 단체사진 한장 남기고....
아까 출발한 산정호수.
우측 저 멀리 궁예봉과 그 옆으로 펼쳐진 가을들녘.
덥다 덥다 하며 그 난리를 치던 때가 엊그제였는데,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가을색이 산을 덮고 있다.
오른쪽에 머리가 벗겨진 모양의 뽀족한 각흘산까지 오늘 걸어가야할 방화선길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억새밭으로 들어간 오붓한 자리에서 점심식사하는 내내 저 아래에서는 땅땅거리는 콩 볶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명성산, 궁예봉으로 가는 길과 각흘산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시원하게 조망이 터진 방화선길 양옆으로는 키작은 억새들과 가을야생화들이 간간히 피어 있어 발걸음이 지루해질 틈이 없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기면서 약사령까지 내려 오고, 이제부터 힘을 좀 쓰면서 올라야 할 길을 남겨두고 또 느긋하게 휴식.
오르막 숲길을 빠져 나오니 다시 전망이 트이면서 각흘산이 코앞이다.
아주 개성이 넘치게 생겨 먹은 각흘산의 모습.
눈내린 겨울산행길을 걸을 때면 이정표 삼아 보아 왔던, 고사목인줄 알았던 그 나무가 이렇게 살아서 열매까지 맺고 있네~~
라고 아리님이 말씀하시는 걸 옆에서 들었다.
명성산 방향, 우리가 걸어온 그 길 위로는 저물어 가는 햇살이 내리 비추고 있다.
왠 뜬금없는 원추리가 이 시기에....
오늘 완전 수지 맞았다.
잔돈 바꾸려고 복권 샀다가 당첨된 느낌? 아니면 조개구이 먹다가 진주를 발견한 느낌?
아름다운 길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취해서 걸었고, 그 길을 떠나기 싫어서 남들 다 떠난 이곳을 한바퀴 더 둘러 보고 나서 나도 이제 하산길로 접어 든다.
앞에 보이는 헬기장에서 저 멀리 끝에 보이는 광덕산 방향,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이제 자등현으로 내려서는 숲길이다.
하산길로 들어서기 전, 노을빛의 따스함을 조금 더 느끼고 싶다는 미련이 강하게 남았지만, 안전의 문제도 있고... 이미 다들 출발했으니 어서 따라 내려 가야지.
미리 불러 놓은 택시에 몸을 싣고 주차된 산정호수로 되돌아 가는 길....
불이 난 것 같은 붉은 하늘을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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