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5. 21. 14:13ㆍ산행일기
- 산행일시 : 2013년 5월 17일
- 산행코스 : 성삼재-만복대-정령치-세걸산-부운치-팔랑치-바래봉-덕두산-흥부골자연휴양림
- 산행동무 : 솔맨, 펭귄, 산여인, 풍경소리
작년 11월, 혼자 걸으며 비록 모든 것이 다 사라진 황량한 그 길이었지만 그 길의 느낌이 참 좋았기에, 철쭉이 만발하는 오월에 다시 걸어 보리라 다짐을 했었고, 지금 이번에는 벗님들과 다시 한 번 걸어 보기로 한다.
5월의 황금연휴가 시작되는 첫날, 2주일 전부터 구례구로 가는 밤기차표는 매진이었는데 다행히 대기예약을 걸어 놓은 것이 자리가 잡혀서 차를 직접 운전하고 가는 수고를 덜 수가 있었다.
영악하고 준비성 철저하신 산여인님의 조언에 따라 인월발 동서울행 18:25 막차버스까지 미리 예약을 마쳐 놓았으니 마음은 든든하고 이제 날씨만 잘 받쳐주길 바라며 여느 주말보다 두서너배 복잡스러운 구례행 무궁화호 1517 야간열차 안에서 토막잠을 청해본다.
엄청난 인파를 쏟아낸 17일 새벽의 구례구역, 그 많던 택시들이 순식간에 다 사라지고 우리는 역전에 있는 여천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데 풍경소리님으로부터의 카톡과 전화가 들어 온다.
야간근무하는 날도 아니고... 아무리 잠이 없는 사람이라 일찍 일어났다고 하기엔 너무 이른 새벽시간인데, 참 오지랍 넓은 양반일세~~ 우리끼리 그렇게 생각하며 남은 식사를 계속했지만, 그게 바로 깜짝쇼를 위한 탐색이었을 줄이야... 전혀 상상을 할 수 없었다.
식당에서 불러 준 택시를 타고 성삼재에 도착하니 살을 파고 드는 차가운 바람과 자욱한 안개 속이었지만, 이번이 만복대 도전으로 삼세판째... 왠지 이 구름대를 뚫고 위로 올라가게 된다면 황홀한 새벽풍경을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더 크게 가슴 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아님 말고~~ ㅎ
별 근거도 없는 삼세번에 대한 믿음을 끊임없이 되뇌이며 부지런히 걸어 작은고리봉에 가까워질 무렵, 어둠이 살며시 걷히면서 보여 주는 운해의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의 감동은 감동이고.. 무박산행의 부작용으로 신체리듬이 무너져 뱃속이 꼬이기 시작한다.
빨리 정령치휴게소에 도착하고 싶은 마음에 혼자 서둘러 발걸음을 옮긴다.
묘봉치. 이곳에 도착하니 지난 겨울의 추억이 생각나 또 슬며시 웃음지어지고...
만복대. 오늘 날씨 한번 끝내 준다~~
지난 두번의 만복대 오름에서 안개에 휩싸여 볼 것이 없었음에도 한시간씩 머물렀던 곳인데, 오늘은 족히 두시간을 머물러도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넘의 생리현상에 마음은 조급해지고 서둘러 사방을 향해 카메라셔터를 날려댄다.
그러던 와중에 누군가 슬며시 옆으로 다가와서 말을 거는데... 안면마스크를 한 위로 보이는 눈빛이 낯이 익는다.
엉큼스런 풍경소리님의 깜짝쇼~~
갑장 두 분이서도 반가운 만남을 가지고.. 근데 왠지 한판 뜰 기세. ㅎ
드디어 정령치휴게소.
어~ 시원해. 몸이 가뿐해졌다. ㅎ
주능선의 마루금이 선명하게 보이는 정령치전망대 앞에서 간식타임.
기분이 좋아 막걸리도 반사발 들이킨다. 취하지도 않네~
세걸산을 조금 못미친 조망터에서 모델놀이도 즐기며...
세걸산.
세걸산 아래 헬기장에서 비빔밥과 도토리묵으로 점심식사를 배가 터지게 먹는다.
게다가 요즘 간댕이가 부었는지 또 막걸리를 반사발 들이키고...
정령치에서 기껏 회복해 놓았던 컨디션인데, 배부른 점심과 얼굴로 화끈화끈 올라오는 술기운 덕분에 오늘 하루 중 가장 힘들었던 한시간을 보낸다.
부운치를 지나면서부터 본격적인 철쭉산행이 시작된다. 그에 따라 발걸음 속도도 당연히 늦어지고....
철쭉에 취해서 걸어 올랐던 바래봉은 급경사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쉽게 올랐다.
하산하기 싫은데... 그냥 해질 때까지 머무르고 싶은데... 아쉬운 마음에 마지막으로 천왕봉을 배경으로 단체사진으로 오늘의 길었던 산행을 마무리한다.
이후로 하산길은 지루함 그 자체.
체력은 떨어졌고, 운봉으로 그냥 하산할까? 하고 잠시 고민했던 순간이 자꾸만 뒷덜미를 잡아 당기고... 인월까지의 그 길었던 길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흥부골로 떨어지는 이정표도 없는 갈림길에서 태그만 보고 좌측으로 접어든 길, 순간 흥부골로 빠지는 길이라는 것을 눈치챘지만 모른척 그냥 고고~~
하지만 이길도 그리 만만치는 않았다. 하산을 완료했나 싶었는데, 또 임도를 따라 약 1킬로 걸어야 휴양림이 나오더라는거....
택시 불러 놓고 느긋하게 짐정리하고 인월터미널로 가서 원래 계획한 인월로 하산한 나머지 동료들과 다시 랑데부~~
풍경소리님은 야간근무시간 때문에 이미 버스를 타고 남원으로 출발하고, 처음의 네명으로 다시 돌아와 게걸스러운 저녁식사를 마치고 버스를 탔는데 깨어보니 동서울터미널이었다.
'산행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한산 의상능선 (0) | 2013.06.17 |
---|---|
소백산 산행기 (0) | 2013.05.27 |
광교산, 법륜사에서 시루봉까지... (0) | 2013.05.13 |
고려산-혈구산, 진달래 산행 (0) | 2013.05.06 |
관악산의 봄 (0) | 2013.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