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5. 28. 19:29ㆍ일상에서...
2012년 5월 27일.
올 5월 12일부터 엑스포가 열리고 있는 여수.
매일 수만명씩, 이번 황금연휴기간에는 하루 10만명이 넘게... 그 엑스포를 본다고 전국에서 다들 여수로 몰려 가고 있는 요즘인데, 정작 여수에 살고 계신 들꽃처럼님과 규리는 볼 것도 없는 서울이 좋다고 놀러 오신단다.
하긴... 명절 때 이상의 서울인구가 이번 연휴에 서울을 빠져 나갔다고 하니 그나마 조금 한가롭게 서울을 구경하기에는 좋은 기회이긴 하겠다.
여수에서 오신 미모의 두 여인네들을 혼자 감당하기엔 조금 뻘쭘할 것 같은 생각에 막내딸 승연이한테 일당을 주겠다고, 그리고 절대로 산에는 안간다고 약속을 하고 고용하여 데리고 함께 나갔는데... 고걸 또 폭로하여 나를 민망스럽게 만든 승연이.
그래도 저녁먹고 헤어질 때까지 충실하게 맡은 바 책임을 다 하여 준 승연이가 대견스럽기도 하다.
물론, 지딴에는 까칠하기로 소문난 아빠 앞에서 트집을 잡히면 알바비를 제대로 받아 낼 수 없으리란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으리라.
어제까지도 소백에서 잘 달려 왔던 애마가 이날 아침 갑자기 드러눕는 바람에 허둥지둥하다가 마눌님 차를 빌려타고 약속시간에 늦게 안국역으로 나가 상봉하고, 인사동 거리의 씸지길부터 둘러 본다.
여자들 셋이 모이니 접시는 안깨지지만, 악세사리 가게들을 거덜낼 것 같은 기세다.
내가 그래도 눈치는 좀 빨라서... 가격이 조금 착해 보이는 가게에서 얼른 아이들 선물을 하나씩 사주고 입을 싹~ 씻는다.
공연히 시간 끌다가 가방이니, 신발이니 나타나면 더 곤란해 질 것 같기에...
세 여인이 쌈지길의 아이쇼핑에 푹 빠져 있는 동안, 나도 처음 걸어보는 쌈지길을 여기저기 둘러 본다.
인사동거리를 빠져 나와 출출하던 참에 마침 쏟아지는 소낙비를 피해 아무 곳이나 들어간 곳이 돈까스, 우동집.
가볍게 점심식사를 마치고 택시를 잡아 타고 다시 안국동으로 돌아와 북촌한옥마을을 구경하러 간다.
산과 다름없는 힘든 오르막길을 앞두고 사기꾼 알바생 모집이라는 승연이의 주장과 사람이 살고 집이 있는 이곳이 산은 아니지 않냐는 나의 반론이 오고 간 끝에 결국 승복하고 따라 나선 승연이... 여기서 포기하고 싶어도 여태까지 걸은 걸음이 아까워서 굴복한 것이리라.
승연이는 이렇게 서서히 빠져 나갈 수 없는 덫에 걸려 들기 시작한다.
지리산 천왕봉에 올랐던 규리도 아이는 아이인가 보다.
힘들다고 털썩 주저앉아 잠시 쉬어 간다.
인사동에서 이쁜 악세서리들 구경할 때는 눈망울이 초롱초롱하더니 관심사가 아닌 곳에서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고, 놀아동산 타령만 늘어 놓기 시작한다.
북촌8경 중에 하나라는 저 위의 포토존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 간다.
바로 이 모습을 보러...
사실 혼자서 8경을 다 둘러 보려면 족히 2시간은 열심히 걸어야 할 것 같다.
8경 중 두곳은 저만치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어서 몰려 있는 6경을, 그나마도 굳이 포토존에 연연하지 않고 길을 둘러 보는 코스를 잡아 걸어 본다.
또 개인적으로 채우기 보다는 비워 두는 것이 좋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아 가는 면도 있고, 8개의 정형화된 포토존이란 굴레에 얶매이기 보다는 스스로 그곳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것이 더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돌덩어리를 깍아서 만들어 놓았다는 돌계단을 끝으로 북촌한옥마을을 끝맺음 한다.
이제 안국역 근처에 세워놓은 차로 돌아 가는 길.
규리는 계속 놀이동산 타령이고, 승연이는 언제 알바 끝나냐고 묻고... 들꽃처럼님은 이 주변의 이쁜 거리를 계속 걷고 싶어 하시는 눈치고...ㅋㅋ
흐~~ 쉬고 싶은 아이들....
선유도공원으로 가던 길에 젤라또 한컵씩 먹으며 쉬었다 가는 시간을 마련한다.
한강시민공원 양화지구. 선유도 공원의 입구이다.
이곳도 찬찬히 둘러보면 이쁜 구석이 제법 있는 곳인데, 지루해 하는 아이들을 생각해서 빠르게 둘러 보고 나온다.
공원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안되냐는 승연이한테 그러라고 쿨하게 대답하니 오히려 불안한지 부득부득 쫓아 들어 오는 승연이... 이제 완전히 걸렸다.
머리 속이 몹시도 복잡한 아이...
규리가 좋아하는 스파게티로 저녁식사를 마치고, 승연이는 집으로 나는 두 여수 여인네들을 배웅하러 고속버스터미널로 향한다.
집으로 들어가자 마자 별이보다 더 먼저 뛰어 나와 맞이하는 승연이와 일당정산을 원만히 마치고 괜시리 뿌듯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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