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1. 8. 15:09ㆍ카테고리 없음
나도 피곤하면 코를 많이 고는데, 여기 저기서 코고는 소리에 잠을 설쳐대다가 결국 5시에 잠을 깨고 만다.
일찌감치 출발하려고 마음을 먹고, 소변을 보러 잠시 밖에 나갔다가 화들짝 놀라서 뛰쳐 들어온다.
겨울철 기모바지와 보온쟈켓까지 안에 껴입었는데도 너무 너무 추워서 꼼짝하기도 싫다.
그냥 대피소 안을 빈둥대다가 스프와 초코파이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밖을 보니 동이 트려고 하늘이 벌겋게 달아 올라 있다.
여명이 밝으니 체감기온도 다소 올라간 듯하여 무룡산을 향해 출발한다.
무룡산 정상은 나뭇가지가 조망을 방해하기 때문에 가는 도중 시야가 트인 곳에서 일출을 보라는 대피소 직원의 말에 따라 명당 자리를 잡고 한참 동안 일출놀이에 여념이 없다.
하산시간은 뒷전이고 당장 눈앞에 벌어지는 장면에 올인할 수 있는 것이 홀로 산행의 최대 장점이라면 장점일 수 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삼각대 세워 놓고 이리 저리 똥폼을 잡아 본다.
무룡산 가는 나무계단길.
뒤돌아 본 삿갓봉 방향.
저 멀리 향적봉과 설천봉이 보이기 시작한다.
얼마전 덕유산 정상 부근에 첫 상고대가 피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이건 그냥 서리...ㅋㅋ
산죽 사이의 좁은 길을 헤치며 걷는 느낌이 참 좋다.
스스슥...스스슥 하면서...이파리가 몸을 스친다.
동엽령
산죽 이파리와 억새가 햇살에 반짝거리는 것이 조화롭다.
향적봉에 가까워지니 고사목들이 눈에 많이 띠인다.
향적봉 근처로 가면서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엄청난 인파와 그 보다 더 엄청난 무질서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곤돌라 타고 올라와서 정상석 사진 찍으려고 난리들이다.
나처럼 혼자 와서 정상석 주위를 서성대고 한 산님과 서로 찍어주기 거래를 성사시켜 겨우 인증샷에 성공을 한다.
눈세상을 만들었다는 설천봉을 내려다 보니 따뜻한 햇살에 눈이 많이 녹아 있는데다, 설천봉으로 내려가면 곤돌라 하산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 것 같아 육구종주의 완성을 향해 백련사로 곧장 향한다.
많이 보아 왔던 백련사 앵글샷.
향적봉에서부터 피터팬님이 사먹었던 하드 한개 먹을 생각으로 열심히 내려왔는데....날씨가 쌀쌀해져서 하드는 이제 안판단다...ㅠㅠ
갑자기 하드에 집착을 하기 시작하면서 온통 머릿속에는 하드 생각 뿐....
아침을 부실하게 먹은 탓인지 동엽령부터 힘이 많이 딸렸는데, 백련사를 지나면서 향적봉대피소에서 푸지게 먹은 점심의 효과가 나오나 보다.
마침 백련사 밑에 음식점에서 원하던 하드도 한개 사먹고... 발걸음이 사뿐사뿐한 것이 봉우리 한두개 쯤은 더 넘을 수 있을 것 같다.
체급이 다른 설레발 산님들의 산행기만 보고 우습게 알고 달려들었던 육구종주를 힘들게 힘들게 여기서 끝낸다.
이번 육구종주 산행에서 큰 덕을 본 것이 바로 얼마전 새로 장만했던 마인들 등산화였다.
처음에는 불편한 점도 좀 있었던 신발이었지만, 길이 들기 시작하면서 한 번 착용을 하면 내 피부처럼 발에 착 달라 붙는다.
조금 과장되게 표현해서, 살짝 가죽을 꼬집어 보면 내가 아플 것 같다.
조만간 그 느낌과 장단점을 상세히 정리해서 별도 사용후기를 올려야겠다.
내가 산에서는 굼뱅이지만, 차에 올라 타기만 하면 레이서 기질이 있다.
핸드폰으로 고속도로 소통상황과 빠른길 찾기를 해서 요리조리 안막히는 고속도로와 국도를 절묘하게 배합하여 3시간 30분만에 집에 도착하고야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