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육구종주 - 첫째날

2010. 11. 8. 14:33카테고리 없음

- 산행일시 : 2010년 11월 6일 ~ 7일 (1박2일)

- 산행코스 : 육십령-할미봉-서봉-남덕유산-월성재-삿갓봉-삿갓골재대피소(1박)-무룡산-동엽령-향적봉대피소-향적봉-백련사-구천동

 

올여름 지리산 화대종주, 설악공룡 등을 무난히 접수하고 탱탱 부어 오른 간덩이를 안고, 덕유산 육구종주를 휘파람 불며 걸어볼 요량으로 집을 나선다.  나름, 종주거리를 따져 봐도 별로 길지 않고, 어느 분의 산행기에 보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서 걸어도 마지막에는 남은 거리가 아쉬워서 반보씩 아껴서 걸었니 어쩌니 하던 설레발도 본 터라 여유롭게 몸 푸는 산행으로 생각했다.

 

집에서 육십령까지 바로 쏘면 3시간이 채 안걸리는데, 대중교통편을 조사해보니 길바닥에 뿌리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그냥 아침 일찍 차를 몰고 나오는데...네비 아가씨 말을 안 듣고 요령피우다가 도로에서 알바를 해서 아까운 시간 30분을 까먹는다.

원래는 삼공리에 차를 주차해 놓고 택시로 육십령으로 가서 산행을 시작하려고 했는데, 육십령으로 행선지를 변경하여 10시경부터 바로 산행을 시작한다.

 

육십령 산행 들머리.

 

들어서자 마자, 때늦은 구절초가 한송이 예쁘게 피어 반겨준다. 

 

부드러운 덕유만 생각해 왔는데, 뾰족뾰족 돌투성이의 할미봉 방면을 바라 본다.

 

 

거참...할매 성격 참 사납군.....아직까지는 여유롭다. 

 

가야할 서봉 방향 능선길을 조망해 본다. 

 

묵직한 배낭을 메고 밟을 바위틈도 없이 오로지 로프줄에만 생명을 의지해서 이런 길을 매달려 내려가려니 다리가 후들후들, 오금이 찌릿찌릿하다.

 

대포바위. 

 

필사적으로 로프에 매달리며 할미봉을 넘어 오니 긴장감이 살짝 풀어지면서 앞으로 남아 있을 편안한 길을 상상하며 과일도 꺼내 먹고 좀 놀다가지..뭐... 대피소에 일찍 가서 뭐하겠어? 

 

사각 사각 낙옆 밟는 소리을 음악 삼아 서봉을 향해 간다. 

 

 

 

 

할미봉을 출발해서 앞에 보이는 것이 서봉인가 싶어 올라 보면 아니고...또 올라 보면 뒤에 봉이 더 있고....양파껍질도 아니고 까도 까도 계속 봉우리만 나온다.

에구...죽겠다.  서너차례 껍질을 깐 후에 겨우 서봉 정상에 도착한다.

 

이제 다음 목적지인 남덕유산을 바라보면서 왜 육구종주가 지리종주보다 힘들다고 했는지 이유를 서서히 깨달아 가고 있었다.

여유부릴 시간도 이미 다 까먹었고, 발걸음을 빨리해야 하는데...서봉 오름에서 진이 빠져 속도가 나질 않는다. 

 

사진 찍는 시간을 줄여가면서 서둘러 남덕유산 정상에 도착하고 뒤돌아 본 서봉 방향 능선길. 

 

 

피터팬님이 숙제로 내 주신 남덕유산에서 바라 본 삿갓봉 방면 능선길.

그런데, 별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이는데 왜 이런 숙제를 내 주었는지 한참을 생각해도 모르겠다. 

  

 

서서히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낙조에 비치는 나무그림자가 으시시해 보인다. 

 

원래 계획은 삿갓봉에 올라 낙조를 감상하고 대피소로 내려가는 것이었는데, 또 삿갓봉 바로 앞에 있는 봉우리를 삿갓봉으로 착각하고....삿갓봉까지 가면 해가 다 지고 말겠다 싶어, 어차피 늦은거 여기서 실컷 일몰을 감상하고 간다.

 

 

 

대피소가 1킬로 남았다는 표시가 나오는데도 삿갓봉은 보이질 않는다.

육구종주가 오구종주로 바뀔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대피소에 전화해서 물어보니 삿갓봉으로 올라가는 갈림길이 있는데 지나쳤다면 시간이 늦었으니 그 길로 빨리 대피소에 들어오라고 한다.

안그래도 오는 길에 바위로 오르는 길과 옆으로 돌아가는 흙길의 갈림길을 몇개 지난 것 같았는데 컴컴해서 잘 모르겠고.....

만약 지나쳤다면 내일 아침 일찌감치 삿갓봉으로 되돌아가서 기필코 인증샷을 담아 오리라는 각오를 세우고 대피소로 향하는데, 50미터도 안가서 그 갈림길 이정표가 눈 앞에 나타난다.

 

삿갓골재대피소 직원들은 지리산대피소들의 직원들과 달리 무척 친근감 있게 우리들 등산인들의 입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늦은 밤 시간이라도 언제든지 문을 두드려 달라는 말 한마디가 그 말 이상으로 기분좋게 만들어 주었다.

집에서 얼려온 김치소불고기를 꺼내서 든든하게 저녁을 먹고 내일을 준비하며 일찌기 잠자리에 든다.